2023년 겨울에서 2024년 봄 사이에 기록 하나, 짧은 글 하나, 긴 글 하나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쓰지 못했고 다 아는 얘기를 쓰려고 해도 입력과 정리가 필요하니까 책도 몇 권 사고 논문도 몇 편 내려받았지만 읽기도 쓰기도 미루고 미루다가 그만 다른 글이 쓰고 싶어져서 그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멈춰서 소개하자면 기록은 2023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와 연관된 나름의 갈무리이고 짧은 글은 공공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관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는 글, 긴 글은 짧은 글을 따라가며 미술과 공공성에 관한 무언가이며 다른 글은 정서영 작가의 <바로 그 벽돌(That Very Brick)>이 주는 즐거움에 관한 글이어요. 이 모두 다 반쪽을 넘기지 못한 채 구글 문서와 페이지스와 옵시디언과 아이폰 메모장에 각기 다른 판본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자주 쓰는 것도 아니지만 야아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해가 바뀔 때마다 글이 점점 더 안 써진다는 얘기를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도 나고 꾹꾹 써도 하나 마나 한 얘기일 텐데 울면서 꼭 써야 할까? 그러는 사이 여름입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계절이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몸이 되어서 여름은 무겁고 무서운 계절입니다. 여름엔 무기력하고 아무 생각이 나질 않고 지금 나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무선 선풍기지만 배터리가 방전되어 유선으로만 돌아가는 선풍기 옆에 누워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어 인스타그램을 눌렀는데 SNS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누르게 하는 뭔가가 있구나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SNS를 보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흐르고 그 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자기 전에 자책하게 된단 말이죠. 자책하기는 불면증을 불러오고요. 더구나 인스타그램은 내가 원하지도 부탁하지도 않은 “회원님을 위한 추천”게시글을 들이밀어요. 여태 “회원님을 위한 추천” 게시글이 나를 위한 적은 없었음에도 그걸 또 아무 생각 없이 봅니다. 이것이 이런 나를 위한 추천의 한 방식일까 허튼 생각을 하면서 “회원님을 위한 추천” 게시글 하나를 보았는데 물음표가 떴고 급기야 그 게시글에 붙은 #ThemeSpecial과 “별이 꾸는 별”이란 제목의 다른 게시물도 찾아보고 잠시 한숨을 쉰 뒤 글을 써야겠다고 읽지는 않았지만 읽지 않아도 이야기할 수 있는 “별이 꾸는 별”이란 기획에 관해 써봐야겠다고 게다가 이 글은 이전에 쓰다 만 글보다 분량이 분명 짧을 테니 끝까지 쓸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오랜만에 끝까지 쓴 경험을 발판 삼아 쓰다 만 나머지 글도 하나씩 끝까지 쓸 수 있을 거야 와 그렇게 해보자 오랜만에 썩 괜찮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 “회원님을 위한 추천” 게시글이다.
그렇지만 이 글은 “별이 꾸는 별”이란 당황스러운 기획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야기해야 할까요? 엉망이 되는 것보다 엉망인 것에 관해 말하는 게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드는데 지금은 8월이고 밤 기온은 29도인데요. 그러니까 이 글은 쓰려고 마음먹은 글이 안 써져서 그렇다면 일단 다른 글을 써야지 하고 새 창을 열었지만 그 글마저도 잘 안 써질 때 옆으로 새는 걸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글입니다. 궁지에 몰린 글쓰기처럼 보일 수도 있고 도망치는 글쓰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찌 되었든 이렇게 쓰는 것이 제가 입을 열 수 있는 한 방법인 것 같고 이렇게라도 쓰고 또 쓴다면 어떻게든 옆으로 옆으로 가면서 말과 글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옆으로 옆으로 간 곳이 원래 가려 했던 곳이 아니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우연히 아니 때마침 카페24에서 호스팅, 도메인 만료일이 2024년 8월 21일이라는 메일이 왔지만 말이죠.